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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On the street

무작정

Why Be 2006. 4. 21. 02:02
인사동
_ 거리를 나섰다. 인사동 학고재에 가기 위해서 일단은... 4월도 한참 지났는데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거세고 나무가지는 앙상하다. 종로3가역에서 내렸다. 한산한 차도와 거리엔 중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어두운 하늘만큼 어두운 낙원상가 하부를 지나 인사동 거리로 접어든다. 평일 낮시간이라 주말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다국적 언어 속에 이곳이 관광명소 임을 느끼게 한다. 중국인 단체 관람객이 무리로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고 그것을 보는 우리들 또한 진지하다. 그들을 지나 거리에서 작업중인 공예인의 모습도 보이고, 가이드북을 펴들고 배낭을 맨 관광객이 눈에 들어온다. 인사동의 전형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학고재에 다다랐다. 1층엔 미술작품이 전시중이었다. 2층에 오르다 보니 계단실엔 전곡리 선사박물관의 전시 현수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니 서너명이 이미 관람중이었고 입구엔 두명이 전시를 지키고 있었다. 먼저 그들의 작품을 조금봤던 터라 낯설지 않게 다가섰다. 당선작의 패널과 모형이 보였다. 그외에 수상작들도 커다란 패널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볍게 한바퀴를 돌고 입구에서 도록 배부 명부에 간단히 신상을 기재하고 도록과 포스터를 받았다. 나름대로 목표는 달성. 3층에 올랐다. 3층에도 두세명이서 패널을 유심히 뜯어보고 있었다. 나도 그 대열에 껴 둘러보고 4층을 향했다. 4층엔 아무도 없었다. 패널 수도 1/3정도로 적었다. 아래에서 보다 적은 시간으로 둘러보고 내려갔다. 다시 인사동 거리. 여전히 바람은 거세고 기온은 낮으며 하늘은 우중충. 날씨 탓인지 거리의 사람들마저 어두워 보였다. 그냥 거리를 걸었다. 계동 현대사옥과 공간사옥을 지나 창덕궁 쪽으로 걷고 있었다. 고궁이라 그런지 역시 일본인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주에 한두 방울의 비를 맞은거 같다. 비가 되어 내렸다면 큰일이었을 터인데 다행이었다. 역시 발길을 재촉하여 걸었다.

당선작 모형


종묘
_ 고궁은 학교차원의 답사로 몇번을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종묘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더구나 종묘 예찬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 터라 종묘에 가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자.. 종묘로 발길을 향했다. 찾는데 약간의 혼란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창경궁과 연결되는 육교와 함께 종묘 뒤쪽 담장을 발견하고서는 쉽게 갈 수 있었다. 종묘 앞의 주차장위에 만들어진 공원과 길건너의 세운상가가 눈에 익다. 종묘의 정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원을 지나야한다. 이곳은 노인들의 쉼터인지 거의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마치 탑골공원에서의 모습과 비슷하다. 마주하신 모습 사이에 초록색 소주병이 낯설지 않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년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료한 일상을 잊으려함인지 기뻐서인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해진다. 어르신들의 수만큼 많은 비둘기 떼들이 먼지를 날린다. 괜히 이놈들을 보면 거리의 닭꼬치가 생각나는 건 나뿐인지... 종묘 정문이다. 어떤 단체에 왔는지 확인하진 않았지만 커다란 확성기로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건지 떠들어대고 있었다. 나름대로 이목을 끌고자 위치를 선정한것 같은데, 종묘 앞이라니 이건 좀 아니올시다. 조금은 기분이 안좋았다. 매표소 앞에 서니 성인은 천원이란다. 아무말없이 천원을 들이밀었다. 표를 내밀어 준다. 입구에 들어가니 어떤 나이드신 분이 무료입장을 외치고 계시다. 만 65세 이상은 무료입장이라고 써 있었던것 같다. 한 30미터쯤 들어가니 정문 앞에서 시끄럽게 외치는 소음이 줄어들었다. 아직 나무에 싹이 나지 않아서 풍경이 말라보인다. 바람도 제법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곳곳에서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이 보이고, 조깅하는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복궁처럼 축이 있다거나 전체적으로 짜임새있는 배치는 아닌거 같았다. 길이 나 있는것도 질서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건물이 들어서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이 그렇지 않은 면적보다 적었다. 그래서 인지 더 횡한 느낌이다. 하지만 정전이나 영녕전으로 들어갔을 때는 드넓게 돌로 깔린 열린 공간을 접하면 엄숙한 기운이 감돈다.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니 하늘과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무리들이 보였다.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어린이들의 단체 관람인것 같다. 각각의 무리엔 지도교사가 있었고, 무리의 일부에 가이드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 무리는 경청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정전에서 초등학생들



창경궁 연결 육교


창경궁

_ 종묘와 창경궁은 육교로 연결이 되어있다. 자연스레 창경궁으로 몸이 갔다. 무엇인가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건축사 답사시간에 창덕궁을 둘러보던 중 담장 넘어로 보이던 식물원의 모습이 창경궁에 대한 기억이었는데 그것을 보게 된다니 조금은 설레였다.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놀랐다. 그 넓은 면적의 대부분은 조경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밋밋한 평면의 그것이 아니라 구릉이 진 지형에 다양한 나무들과 꽃들이 있었고, 구불구불 난 길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2미터가 조금 넘는 관천대는 하나의 landscape art 였다. 명정전에 들어섰다. 꽤 높은 단을 거쳐 이를 수 있었다. 그곳에 올라 홍화문을 바라보면 차도위에 차들이 쌩쌩달린다. 마치 아파트 거실에서 티비로 사극을 보는 것처럼 두 켜의 시간이 대비된다. 뒤쪽에는 경사를 깍아 만든 계단식 조경이 돋보인다. 꽃들은 만발해 있어 시각의 구미를 돋군다. 숲길을 지나면 춘당지가 보인다. 저기 건너편에 연인으로 보인는 누군가가 먹을것을 나눠 먹는것이 보였다. 춘당지 옆으로 난 길을 통해 식물원으로 향했다. 경운기와 마주쳤다. 탕탕탕탕 하는 경운기 소리가 고궁의 적막함을 깼다. 하얀색 철골의 유리건물이 보인다. 식물원이다. 하얀색이라서 그런지 멀리서 보기엔 오래된 역사의 흔적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바로 앞에는 바로크식으로 관목이 꾸며져 있고, 가운데는 분수대가 있었다. 입구는 생각보다 좁았다. 사람이 없어서 개방이 안된줄 알았는데 문을 밀어보니 열리길래 들어가버렸다. 안에는 너댓명 정도 있었다. 식물원 답게 가느다란 철골을 제외하고 전부 투명의 유리로 덮여있다. 밝고 투명한 공간. 철골은 확실히 근대적인 냄새가 났다. 접합이라던가 곡선의 장식, 백색 페인트 칠. 가운데에는 사각형으로 물이 흘러 그 가운데 식물들이 물을 먹을수 있게 되었다. 외벽 쪽으로 둘러쳐서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화분들이 전시된다. 생소한 것들이 눈을 끈다. 식물원 안에서는 수많은 식물들이 발산하는 냄새가 매우 좋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바깥쪽 한켠에도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있다. 푸르게 잎들을 펼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할미꽃도 있었다. 이들을 뒤로 하고 매표소 쪽을 발길을 돌린다. 주변의 높게 솟은 빌딩들과 건설 중인 빌딩들, 더 높게 솟은 타워크레인, 이곳은 어디까지나 일상이 아니다. 그렇게 창경궁을 빠져 나오니 씽씽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익숙하기만 하다.

명정문에서 밖을 봄

걸레슬리퍼(?)

식물원

식물원 내부

식물원 내부



서울대학교
_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로 옆에 혜화동이다. 세갈래로 뻗은 서울대병원의 모습이 ???마나 가까운가를 보여주었다. 창경궁과 가깝게 뚫린 치과대학 쪽으로 걸었다. 약간의 오르막 경사로 들어 섰다. 하얀색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이고, 캠퍼스 내부를 거쳐가는 마을버스,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바쁘기만 하다. 서울대병원 앞을 지난다. 환자들, 의사, 방문객들. 모두 뒤섞인 모습이 사람사는 모습인거 같다. 이곳 연건캠퍼스는 병원이 있어서 인지 몰라도 상당히 개방적인 것이 그동안 겪었던 우리대학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 나쁘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어린이병원이 거의 다 지어가고 있었다. 이화로와 연결되는 캠퍼스의 정문 옆에는 히포크라테스 동상이 지나가는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정문으로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그렇게 또 다시 일상으로 빠져 나온다.

쇳대박물관
_ 대학로다. 최근 몇번 와본터라 풍경이 익숙하지만, 목적없이 혼자 방황하는게 어색하다. 이화동 로타리로 걸었다. 무작정. 소방서에서 갑자기 엠뷸런스와 소방차가 출동한다. 카톨릭계 고등학교 정문에는 정진석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결렸다. 예비군 훈련 때문인지 군복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자주 띤다. 한편으로는 고등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로터리에서 길을 꺾어 오른쪽으로 향하다보면 고등학생들도 귀가길인 것을 알 수 있다. 길 건너편에 경찰차의 불빛이 이목을 끈다. 자세히 봤더니 아까 출동했던것으로 추정되는 구급차도 보인다. 더 살펴보니 차 한대가 뒤집혀 있다. 고가도로분리대에서 부딪혀 길가 옆으로 누워진것을 추정되었다. 운전자는 이미 실려갔는지 렉카가 여러대 으르렁 대고 있다. 경찰은 현장을 수습하고 바로 옆차선으로는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발길을 뒤로하여 불현듯 떠오른 쇳대박물관. 건축가의 가구전시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쇳대박물관엔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마로니에 공원 뒤쪽의 길로 가다보니 코르텐 건물이 튄다. 멀리서 봐도 딱 알아챌 수 있다. 가보니 2층 3층에 전시중이었다. 무작정 2층으로 들어갔다. 파티션 뒤쪽에 전시관리자가 핫핑크 레이져 폰으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 본것은 서소장님(?!)의 폴딩스크린이라고 명명된 가구(?)였다. 힘마에 있을때 잠깐 김팀장님이 작업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것이 스뎅으로 만들어졌다!! 거기다가 바퀴도 달려있다. 놀라웠다. 그런데 가격이 더욱 놀라웠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5백만원이었던 것 같다. 터무니 없는 것 같다.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나, 누가살까 하는 의문이 문뜩 들었다. 그런데 단품으로만 존재하면 또 얘기는 달라지겠지. 아무튼 가격을 매겨놓은 것으로 보아 팔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한편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들의 어휘와 닮아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몇몇 어처구니 없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 그런 실용적인 것도 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와 건물의 사이공간을 사진에 담고 외관도 찍고 하며 밖을 둘러보았다.

차는 뒤집혔다

쇳대박물관

사이공간



김인철
_ 전시브로셔를 훑어보니 오늘은 건축과와의 대화가 있는 날이었다. 김인철선생님의 순서였다. 3층으로 향했다. 들어가자 마자 검은색 수트차림의 선생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스무명이 좀 넘는 숫자가 모여있었다. 나도 조용히 들어가 구석에 자리했다.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사고에 일침을 가하고, 물고기가 살고 있는 물속에 대해 언급하셨다. 우리는 비록 물 속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물고기의 경우처럼 주변이 '존재하는' 물로 이루어졌듯이, 우리들도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을 말씀하셨다. 솔리드와 보이드가 비교 되었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우리의 전통적인 공간을 논할 수는 없다며 그보다는 situation 이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 최근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헤이리의 배우 김미숙씨의 주택, 강남교보타워 사거리 맞은편의 15층 빌딩 - ex-void, 안성의 한겨레 학교. 새로운 재료의 시도로써 검은색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그동안 해온 프로젝트와 달리 규모가 커진 오피스 빌딩을 노출콘크리트로 구조역할을 하는 펀칭 외피, 마지막으로 불확정적인 프로그램의 도입을 설명하셨다. 특히 한겨레 학교의 불확정적인 프로그램의 예로 종묘를 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장소성이라는 것을 부여하는 것으로 건축이 존재함을 강조함으로써 건축가의 대화는 끝났다. 비록 서로 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짧은 시간동안 꽤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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